블로그 이미지
펜의 힘을 믿는 당찬 아가씨 트윗시작! @gommnim  
고마마

Recent Comment

Recent Trackback

Archive

calendar

      1 2 3 4
5 6 7 8 9 10 11
12 13 14 15 16 17 18
19 20 21 22 23 24 25
26 27 28 29 30    
  • 48,418total
  • 3today
  • 8yesterday
2010/03/12 21:38 소소한일상

어느 책에서 봤다.
쿨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하더라도,
그건 조금도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고.

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몇 개월을 징징대고,
회사에서 짤렸다고 매일 매일 푸념을 늘어놓고,
취업이 안 된다며 세상은 나를 몰라준다고 울고,
이런 모습 모두 정상이라고.

나도 가끔은 '쿨'하지 못한 내 자신에 실망하곤 했었다.
마음을 얻기 힘들면 그냥 놓아주고 깨끗이 잊어주면 될 것을 질질 끌었다.
포기하기에는 지난 세월이 그리고 그 마음이
너무 아쉬웠다.
울거나 며칠 동안 밤새워 고민하진 않았지만
혼자서 별별 상상을 하며 힘들어하긴 했다.

그런 내 자신을 보면서 참 답답했다.
평소에 나라면, 적어도 다른 문제였다면 이렇게까지 머리를 싸매고 궁리의 궁리를 거듭하진 않았을텐데. 어떻게 해서든 결론을 내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됐다하며 다른 일에 몰두했을텐데 왜 나는 이렇게 쿨하지 못하게 어설픈 집착을 하고 있나 생각했다.

이뿐 아니다. 더 심하고 구질한 모습도 있다. 글이 안 써진다고, 조리있게 말이 안 나오고 중언부언 한다고 며칠 동안을 제대로 잠도 못자고 끙끙 앓았다. 필사를 하면 나아질까 그냥 생각없이 무작정 몇 장이고 필사만 해댔다. 함께 공부했던 분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의논했다. 미칠 것 같았다. 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교실을 뛰쳐나가 계단에서 펑펑 운 적도 있다.

지금 생각하면 낯까지 뜨거워 질 정도로 약해빠진 모습이었다. 더 웃긴 건 그러다가도 누가 칭찬 한 마디해주면 좋아서 금세 기분을 되찾는 다는 거다. 아예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니만큼 안 되면 잠깐 놓아두어도 괜찮을 텐데. 너무 조바심내고 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이런 얘기를 늘어놓았으니 주위사람들도 분명 피곤했을 터였다. 

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고민도 없고, 마음에 담아 둔 사람도 없다. 그저 평화롭다. 비유하자면 광활한 평야에 덩그러니 떨어진 것같은 고요함과 평온함이다. 취업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이제 나는 나를 믿는다. 난 분명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. 그리고 쿨하지 못한 내 자신도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. 책 속의 의사가 말하지 않았는가. 뜨거운 사람이기에 치열하게 아플 수 있는거라고. 뜨거운 열정이 인생의 원동력이 되어 줄 거라고. 이 역시 내 멋대로의 해석일 수 있다.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니까. 어쩌면 아예 잘 못 생각한 걸 수도 있고.

근데 이젠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고 좋을 때 좋다고 말하는 그런 삶을 살련다. 쿨한 모습으로 나 자신을 꾸미려고 노력하지도 않겠다. 그냥 그때그때 느끼는 대로, 예의와 경우를 갖추는 범위 내에서라면 그렇게 뜨겁게 살고 싶다. 누군가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, 뭔가를 하고 싶으면 한 번 미치도록 빠져보고, 마음에 쌓아둔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보고 그렇게 살아야 겠다. 쿨하지 못한 모습도 그런 대로 괜찮다. 이제 나를 좀 놓아줘야겠다. 

몇 줄 안되는 글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이 밤에..    

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
posted by 고마마
 <PREV 1 ... 5 6 7 8 9 10 11 12 13 ... 59    NEXT>